Norbert Nagel · CC BY-SA 3.0 · Wikimedia Commons · 원본 · 라이선스
유럽중앙은행(ECB) 피에로 치폴로네 집행위원이 2026년 10월 24일 공개된 이탈리아 금융 매체 밀라노 피난차(Milano Finanza)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디지털 유로 도입 로드맵과 유럽 결제 주권 확보 전략을 상세히 밝혔다. 치폴로네 이사는 유럽 결제 시장의 역외 의존성을 해소하고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7년 실거래 시범 운용을 거쳐 이르면 2029년 디지털 유로를 정식 보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2027년 실거래 파일럿 착수 및 2029년 정식 도입 로드맵
유럽중앙은행이 2026년 10월 24일 전문을 공표한 이번 인터뷰는 10월 21일 진행됐다. 치폴로네 이사는 현재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입법 기관에서 디지털 유로 관련 법률안 논의가 진행 중이며, 올해 말까지 입법 절차가 완료되면 ECB 통화정책위원회가 공식 발행 연도와 구체적 실행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입법 타결을 전제로 유로시스템은 2029년부터 일반 시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 유로를 본격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본격적인 출시에 앞서 2027년에는 ECB 및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실거래 기반의 기술 파일럿 상용 테스트가 가동된다. 현재 이탈리아 기업 7곳을 포함해 총 36개 민간 시장 참여자가 유로시스템과 사전 준비 작업을 협력하고 있으며, ECB는 전자상거래 및 모바일 커머스 운용사를 대상으로 추가 참여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법안이 확정되면 민간 은행과 결제 사업자, 가맹점이 시스템을 개편할 수 있도록 공통 기술 규칙집(Rulebook)도 즉시 완성될 예정이다.
역외 결제망 의존 극복과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절감 메커니즘
치폴로네 이사는 유럽 소매 결제 인프라가 비유럽계 비자·마스터카드 등 해외 결제망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예로 이탈리아의 경우 온라인 결제 비중이 2019년 전체의 6%에서 2024년 24%로 급증했으나, 온라인 카드 결제의 3분의 2가 비유럽계 카드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되는 실정이다. 유로존 주요 국가들 역시 독자적인 지급결제 망이 부족해 물리적 매장과 온라인 시장 모두에서 역외 인프라 의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구조적 의존성은 소상공인 가맹점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유럽 내 소형 매장이 부담하는 카드 결제 수수료는 대형 유통업체보다 최대 4배 높게 책정되는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유로는 법적 수수료 상한제(Cost Caps)를 도입해 가맹점의 지급결제 비용을 대폭 낮추고, 유럽 전역에 공통 결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민간 시장의 가격 경쟁을 유도할 메커니즘으로 추진된다.
보유 한도와 지불 제한 분리… 오프라인 결제 및 시중은행 역할
디지털 유로의 운영 메커니즘은 자산 보유 한도(Holding limit)와 단순 지불(Payment)을 엄격히 분리하도록 설계됐다. 예금 인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나 시중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지갑에 담을 수 있는 금액에는 일정 한도가 설정된다. 다만 자동차 구매와 같이 한도를 초과하는 고액 결제 시에는 고객의 연동된 시중은행 당좌 계좌에서 부족분이 자동으로 즉시 충전되어 차감되므로 실제 지불 금액 자체에는 제약이 없다.
또한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한 정전 상태나 통신 약전 지역에서도 기기 간 직접 접촉을 통해 지불이 가능한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오프라인 거래 데이터는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지급인과 수취인의 단말기 사이에만 기록되어 현금과 동등한 수준의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적용된다.
- 중앙은행-시중은행 분업 구조: ECB는 대민 개인 계좌를 직접 개설하지 않으며, 기존 시중은행 및 허가받은 결제 사업자가 디지털 유로 유통과 고객 관리를 담당한다.
- 사용자 접근성 통합: 시중은행 기존 앱 내부 연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유로시스템 차원의 기본 기능을 갖춘 표준 단일 앱을 별도로 제공한다.
- 3대 결제 수단 공존: 종이 지폐 및 동전 등 실물 현금, 시중은행 예금 기반 결제 서비스, 디지털 유로가 상호 보완하는 유기적 삼각 체제를 유지한다.
다층 사이버 보안망과 DLT 기반 금융통합 프로젝트 ‘폰테스’
디지털 유로의 기술 인프라는 전적으로 유럽 내 기술 공급업체에 의해서만 구축되며, 다층 암호화 및 데이터 분리 구조, 정기적 모의 공격 시뮬레이션 평가를 거친다. 또한 유럽 내 여러 지역에 시스템 인프라를 분산 배치하여 특정 서버 장애 발생 시에도 서비스 연속성을 보장한다.
아울러 치폴로네 이사는 유로존 자본시장 연합(CMU) 완성을 위한 분산원장기술(DLT) 연계 프로젝트의 성과도 함께 발표했다. 유로시스템은 2026년 9월 21일 DLT 플랫폼상에서 이루어지는 금융 자산 거래를 중앙은행 화폐로 즉시 정산할 수 있는 ‘폰테스(Pontes)’ 프로젝트를 공식 가동했다. ECB는 폰테스에 이어 통합 금융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아피아(Appia)’ 프로젝트와 민간 기술 공모전을 연속 가동해 유럽 금융 시장의 파편화를 극복할 방침이다.
